의불 무언가
소매치기는 계약을 시켜주겠다는 남자의 숨을 끊고 그로 인해 흘러나온 혈흔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시신의 옷자락을 뒤적였다. 그리고 그 내부에서, 문양이 그려진 종이를 발견했다. 피로 물든 손으로 만진 데다 빗물로 형편없이 젖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형체를 유지하는 걸 보고 소매치기는 서늘한 눈으로 시신을 응시하다 자리를 옮겼다. 아마 앞으로도 쓸 일이 없길 바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악마를 부를 생각도 없이 이 뒷골목에 존재하다 흩어질 거라는 생각뿐이었으나.., 문제는 그 이후였다. 악에차 덤벼들어 죽였던 게 문제였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아무리 물어뜯고 배에 달하는 피해를 입혀놔도 계속 몰려오며 저를 죽이려 드는 이들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소매치기는, 얼룩덜룩해졌던 종이의 문양을 기억해내 바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