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저를 혐오한다는 네 말에 느리게 고갤 갸웃이다 이내 생긋 웃어 보였다.
하하, 뭐..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건 없지 않나요? 우리가 뭔가 되는 사이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상하관계는 아니고, 될 뻔했다 해도 제안뿐이잖아요? 게다가.., 그 외에는 딱히 엮이지도 않았었으니까요.
무감히 상대의 웃는 낯에 웃는 얼굴로 답한 악마가 연기가 흩날리는 곰방대를 한번 까딱이나 싶더니 느긋이 입에 가져와 연기를 머금었다 흩뿌렸다. 연기가 안개처럼 둘의 얼굴을 흐리게 하다 허공으로 흩어졌다. 물론 악마는 제가 어쩌다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혹은 어쩌다 제가 네게 혐오받을만한 짓을 했는지는 몰랐다. 그저 제 본업 외에 다른 일에서 받은 것에 익숙한 얼굴이 있던가를 고민했을 뿐이었다.
마약으로 비워진 머리는 그럴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고 악마는 널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짧게 웃음소릴 흘렸다. 어찌 되든 별로 관계없었다. 악마는 본디 망나니로 살아온 범죄자였고 딱히 사리는 성정은 아니었다. 그러니, 대뜸 이런 질문을 뱉을 수 있었으리라. 어쩌면 마약으로 본래도 거침없던 성정이 조금 더 대담해졌었을 수도 있다. 보통의 그였다면 그렇구나 하고 더 엮이기 싫어 넘어갔었을 테니.
근데, 궁금하긴 하네요. 무어때문에 나를 혐오한다 하시나요? 내 기억상에 딱히 그대에게 무례히 대했던 적은 없는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악마는 순수한 의문을 담아 널 바라보다 가벼이 으쓱였다. 뭐 딱히 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만약 답한다 해도 제가 한 일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한가. 결국엔 제 일부인 쌍둥이가 했을 터인데 결과는 거기서 거기일 터였다.
===
맥락이 안맞는 부분이 있어 살짝 수정했어요 //
'시안 b 세리스 > 잡다한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프레, 주량, 일상생활 (0) | 2022.05.24 |
---|---|
악몽 (0) | 2022.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