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저를 혐오한다는 네 말에 느리게 고갤 갸웃이다 이내 생긋 웃어 보였다. 하하, 뭐.. 그렇다고 해도 달라질건 없지 않나요? 우리가 뭔가 되는 사이도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상하관계는 아니고, 될 뻔했다 해도 제안뿐이잖아요? 게다가.., 그 외에는 딱히 엮이지도 않았었으니까요. 무감히 상대의 웃는 낯에 웃는 얼굴로 답한 악마가 연기가 흩날리는 곰방대를 한번 까딱이나 싶더니 느긋이 입에 가져와 연기를 머금었다 흩뿌렸다. 연기가 안개처럼 둘의 얼굴을 흐리게 하다 허공으로 흩어졌다. 물론 악마는 제가 어쩌다 상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혹은 어쩌다 제가 네게 혐오받을만한 짓을 했는지는 몰랐다. 그저 제 본업 외에 다른 일에서 받은 것에 익숙한 얼굴이 있던가를 고민했을 뿐이었다. 마약으로 비워진 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