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드 덴 웨어릴/썰 및 설정

대화의 부재는 모든걸망치는구나,,,

김반 2024. 6. 8. 13:59

상처가 터지는걸 아랑곳 않고 몸을 움직이는 네가 보였다. 다시 치료하기 힘들텐데 하는 생각과, 눕혀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가만히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공존했다. 언제나 생각이 많았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으며, 그 결과 여전히 정리되고있던 머리속이 다시 흐트러졌다. 오드 덴 웨어릴은, 생각에 과부하가 걸린김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입으로는 널 말리긴 했다. 

 

다시 치료하기 힘들테니 누워있어. 나와는 이후에도 충분히 맞닿을수 있어 리안. 

 

이야기 했을땐 이미 늦긴 했지만, 말을 꺼낸것에 의미를 두었다. 말이라도 꺼낸게 말도 안한것보다는 어쨌든 낫지 않나. 가볍게 생각을 치워내고 다시금 정리되는 머리로 제 이마에 닿인 따끈한 온기에 느긋하게 얼굴을 부볐다. 평소에 보이던 모습의 연장선이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아니, 의미가 다른가? 글쎄 머리속으로 자문자답 하며 시선을 굴렸다. 그러다,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이마로 네 체온이 옮겨오고 천천히 온기가 퍼져나왔다. 인간보다 헌저히 낮은 체온은 너로인해 인간과 비슷한 체온을 흉내내게 되었고 그정도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을 가라앉게하기엔 충분했다. 별로 다를것없이, 그러나 이전보다는 꽤나 온순해진체로 꼬릴 살랑여보이다 잔잔히 들려온 말에 귀를 기울였다. 

 

복잡해보여. 길을 잃은 것 같기도 하고. 

 

분명 방금도 말을 들었던 것 같으나, 지금에서야 말로 오랜만에 네 목소리를 듣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말라있는것은 네가 아닌것도 아닐진데, 꽤나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픽픽 웃음을 흘리며 잠시간 침묵했다. 목소리에 대한 생각에 말이 뒤늦게 인식되어 파악할 시간이 필요했다. 

 

네 말을 인지하고, 가장 먼저 떠오른것은 심해였다. 수백가지의 색으로 적혀진 글자로 이루어진 생각의 심해.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하늘은 보이지도 않고 검고 어두운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저는 바다 그 어느곳에서도 시야를 잃은적이 없고 숨이 막힌적이 없었는데 주체가 생각이라서 그런걸까, 생각에 파묻혀 압사하거나 익사할 것만 같았다. 바다가 익사라니, 그것도 꽤나 우스운 말이었다. 

 

물론 이것은 생각일 뿐임으로 익사할 일도, 실제로 시야가 사라질 일도 없었다. 그러나 감상만 말하자면, 네가 옳았다. 거대한 물에 잠겨버려 허우적거리는 타 종족과 비슷하게 휩쓸리고만 있었다. 이런 감각은 또 처음인데, 생각을 하며 이렇게까지 실제 같던적은 또 처음이라며 짧게 감상을 내뱉었다. 생각을 입으로 내뱉은건지 아니면 그 글자들의 물결에 생각을 담아 숨만 흘린건지는 알 수 없었다. 

 

처음으로 되돌리기엔 이미 늦었는데,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들의 흐름을 깨고 온전히 마주하게 한건 네 말이었다. 제멋대로 움직이는것들이 순간 멈췄다가, 다시금 움직였다. 이전에는 그저 휩쓸려 파악이 힘들었다. 그러나 마주한 순간 감정도, 생각도 다시금 움직였다. 저는 그저 흐름만 따라가면 되는일이다. 그럼 수면 위로 올라 갈 수 있었다. 모든것은 인지에서 시작하며 그걸 오드 덴 웨어릴은 잘만 알고 있었다. 

 

그건 복잡하게 엉켜있는 지금에도 마찬가지였다. 네 말에 가장 복잡하던 매듭이 자연스레 풀리면서 행동하기 편해졌다. 생각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지못하고 있던 수많은것들이 천천히 자리를 찾아가며 수면의 빛이 보인 기분이었다. 그럼 흐름을 따라 올라가야지. 질문으로 매듭을 풀어줬다면 저는 답을 하여 매듭을 풀어야 할 터였다. 다행스럽게도 질문에대한 정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언제나 머리속에 있었기 때문에, 뱉어내기는 쉬웠다. 받아들이는것에 대한 난이도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아야지. 문제가 될만하는걸 모두 꺼내 직면하는거야. 대화를 하던가, 아니면 싸우기라도 하던가 하면서 어떻게든 결론을 보는 식으로. 피하기만 해서 해결되는건 없는걸 너도 알거잖아? 음, 어찌되든 생각할 시간을 좀 줄게 리안. 

 

말끔히 정리된 생각과 감정속에서 오드 덴 웨어릴은 이제 훨씬 편안한 모습으로 웃었다. 겉보기엔 별 차이가 없긴 하나, 네가 보기엔 아마 상당히 다를테지. 그러나 그건 일단 재쳐두고, 오드 덴 웨어릴은 네게 누워있으라는 말과 함께 상큼하게 미소지으며 바깥의 사람을 불렀다. 널 치료하게 하기 위해서겸., 여러모로 쓰러져있는동안 하지 못했던것을 하게 도와주기 위함이었다. 장난스레 윙크마저 한 그는, 저택의 시종들과 의료진이 오는것을 보곤 슬그머니 방에 널 두고 빠져나갔다. 같이 있는 것은 상관없으나, 아무래도 잔소리는 싫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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