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데가 베델 루미오브/여러가지

티파티

김반 2022. 10. 10. 02:04

아르데가 베델 루미오브는 오랜만에 행성의 땅을 밟았다. 페르덴은 아니고, 바이어발트의 땅이었다. 초청을 받아 왔다고는 하지만., 역시 예절을 지켜야만 하는 자리는 꺼림직한지라 조금 망설이다가도 저를 부르는 사용인의 목소리에 친절히 응대하며 느슨히 발을 옮겼다. 다각이는 소리가 홀로 고요한 궁의 복도에 울리고, 이어 응접실의 문이 열렸다. 

 

보인것은 홀로 저를 기다리며 체스를 두고있던건지, 무얼 움직일지 신중히 고르고 있던 제 친우였고, 같이 온 사용인의 목소리에 이쪽을 응시해 환히 웃어보이는 황제였다. 얼마안가 문이 닫혔고, 아르데가 베델 루미오브는 언제나 그랬듯 크기를 어느정도 줄여 맞은편에 서서 말을 고민하다 느슨히 한마딜 흘려냈다. 

 

자, 체크메이트임다. 

 

이미 어느정도 진행되어 폰과 나이트, 비숍들이 빠진 텅빈 체스판에 전과 달리 이번엔 그가 집어내 움직인 퀸이 킹을 잡았다. 그로인해 다시 체스판으로 돌아왔던 시선을 완전히 제게 돌리고, 픽 웃어보였다. 그는 여전히 해군의 복장을 하고 있었고, 이제는 조금은 더 단정해 보이기도 했다. 여전한 외관이지만 나이가 들긴 했다는걸까, 옷차림은 철이 든 것 처럼 보였다. 

 

그가 맞은편에 자리하고, 체크메이트 이후 몇분, 잔잔한 침묵이 머물다 다시금 문이 열리고, 체스판이 치워지며 그들의 사이에 찻잔이 놓여지면 그제야 목소리가 오갔다. 먼저 입을 연것은 누구였던가. 동시에 열었을 수도 있고, 그가 먼저 주제를 꺼냈을 수도 있다. 뭐가 되든 중요한것은 작센 폰 바이어발트가 사람을 물렸다는 것이었다. 그가 편히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다만., 간과한것은 그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로 말을 꺼냈었다는거겠지. 

 

폐하,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네, 저는 잘 지냈습니다. 아르데가 경께서는 잘 지내셨습니까. 

 

저야 함께 다니던 폐하가 없으니 조금 쓸쓸하긴 하나, 나름 잘 지내고 있다 생각합니다. 

 

약간의 장난기 섞인 말이 오가고, 잠시간의 침묵이 무색하게 둘이 함께 웃음을 흘려냈다. 이어 본래와 같이 편하고, 여유로우며 느슨해져선 장난을 건냈다. 아르데가 베델 루미오브는 작센 폰 바이어발트의 얼굴에 주름이 늘었다고 했고 괴롭히는 사람이 있으면 말하라 했으며 마지막으로는 바란다면 외교문제도 해결해주겠다 했다.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닐게 뻔했다. 작센 폰 바이어발트가 아는 아르데가 베델 루미오브는 그런 자였다. 나름 진지한 분위기로 시작했던 티파티는 10분도 안가 엉망진창이 되었다. 

 

그럼에도 즐거울 수 밖에 없이 실없는 대화가 오가고 서로 놀리고 놀리는, 사관학교때가 생각 날 수 밖에 없는 엉망인 꼴이었으리라. 쿠당탕거리는 소리는 나지 않았으나., 둘의 꼴은 비슷했을테니 아마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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